보도자료오석학교 수학여행, 시어머니는 가슴 설레고 며느리는 용돈 보태고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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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학교 수학여행, 시어머니는 가슴 설레고 며느리는 용돈 보태고 - 서귀포사람들 (seosaram.com) 


오석학교 수학여행, 시어머니는 가슴 설레고 며느리는 용돈 보태고

25일 하루 일정으로 수학여행, 꿩엿 만들고 동화마을 구경
  •  장태욱
  •  발행 2024-05-26 23:19


25일, 토요일인데 모처럼 하늘마저 화창했다. 오전 9시 무렵에 서귀포오석학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렸다. 오석학교에 다니는 만학도 어르신들과 자원봉사 교사들인데, 모두 나들이 복장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1년에 한 번,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오석학교는 매년 봄에 자원봉사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수학여행을 떠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여행을 못 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여행을 재개했다. 2022년에는 서울로, 2023년에는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 모두 1박 2일 일정이었다.



▲꿩엿을 만드는 체험(사진=장태욱)
학생들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에게 수학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학여행은 만학도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젊어서 놓친 기회를 되찾는 기쁨도 있겠거니와, 자원봉사 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또래 학생들끼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행복도 여간하지 않다. 어르신들은 대체로 자녀들이 생업에 바빠서 여행을 함께 갈 기회도 적은데, 학교에서 1년 한 차례 여행을 갈 수 있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어르신들의 이런 마음을 읽고, 부모님이 여행을 즐겁게 다녀올 수 있도록 용돈을 챙겨드리는 자녀들이 많다.

올해 여행은 당일치기로 제주도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도외로 가는 게 좋기는 한데, 일정상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많은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 남은 꿩엿은 빵과 비스킷에 찍어서 먹었다.(사진=장태욱)




▲ 학생이 제작한 꿩엿 상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가장 긴장되고 설레는 과정이다.(사진=장태욱)
여행갈 때 보태라고 며느리가 용돈을 가져왔는데 도내여행이라 돌려보냈다는 학생도 있고, 염연히 여행이라 봉투를 받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짧은 여행이라도 어르신 가족에게는 그 의미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수학여행에는 학생 56명과 자원봉사 교사 24명 등 총 80명이 참가했다. 이날은 구좌읍 송당에서 ‘꿩엿 만들기’ 체험을 하고, 최근에 개장한 동화마을을 구경하는 게 일정의 전부였다.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 두 대는 오전 9시30분에 학교를 출발해 10시25분 무렵에 꿩 농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10시40분 무렵에 꿩엿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농장 대표는 과거 제주도에는 고기가 귀했기 때문에 기력을 보충하는데 꿩이 많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척박한 섬에 그나마 꿩이 많아서 음식으로 사용했는데, 꿩고기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으로 엿을 만들었다고 했다.

꿩엿을 만들려면 꿩과 찹쌀, 엿기름이 필요하다. 꿩을 삶고 뼈를 발라낸 후 살만 얇게 뜯어낸다. 꿩 삶은 육수에 깨끗이 씻은 찹쌀을 넣어 끓인 후 엿기름을 섞어 발효시키고, 엿기름 건더기를 걸러내어 푹 조린다. 엿물이 졸아들면 손질한 꿩을 넣어서 계속 조린다.

과정이 복잡한데, 체험에는 시간 때문에 마지막 과정만 수행한다. 찹쌀과 함께 끓여낸 엿기름을 가열한 후 거기에 꿩 살코기를 섞어서 꿩엿을 완성하는 마지막 30여 분 과정이다.

학생들은 실습모자를 쓰고 강사의 지도를 받아가며 번갈아 주걱을 들고 엿기름을 저었다. 그리고 고기를 넣은 후 걸쭉해지고 끈끈해지면 불을 끄고 식혀 꿩엿을 완성했다.

각자 국자를 이용해 완성된 꿩엿을 비커 모양의 통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유리병에 옮겨 담은 후에 마개를 닫고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병에 넣고 남은 엿은 빵과 비스킷에 찍어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 함께 두루치기 점심을 나눴다. 막걸리 잔을 들고 건배!!(사진=장태욱)
병에 든 꿩엿이 다 식으면 종이에 제품의 브랜드와 제조자 이름 등을 써서 자신만의 꿩엿 상품을 완성했다. 브랜드를 완성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게 한글을 늦게 배운 학생들에겐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과정이다.

‘꿩엿 만들기’ 체험이 끝난 후에는 성읍민속마을 식당으로 이동해 단체로 두루치기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 활동을 위해 동화마을로 이동했다.

동화마을은 연못과 인공폭포, 동자석, 분재, 수형석, 석부작을 드넓게 펼쳐놓은 공원이다. 거기에 마트와 커피숍, 편의점, 향기체험관 등이 들어섰다.




▲ 특별히 주문제작한 양산을 쓰고 기념 촬영(사진=장태욱)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양산. 참가자들은 학교가 특별 주문한 양산을 쓰고 공원을 누볐다. 자유롭게 구경하면서 사진 촬영도 했고, 틈틈이 향기체험관에서 향수를 만드는 체험도 했다. 그리고 야외 버스킹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고,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설레는 수학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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